지난번 약속한 일지서점말고 다른 헌책방을 먼저 소개해야겠다. 더 미루면 늦어질 것 같아서 말이다. 이곳의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. 간판이란 것도 변변히 없었으니 말이다. 미아고개 아래 골목에 있는 서점인데 오래된 책들이 정말 많았다. 6~70년대에 나온 책들도 꽤 있었다. 한번은 책더미 속에서 신상옥감독의 대본을 발견하기도 했다. 가격도 지금까지 가 본 헌책방 중에 가장 저렴했던 것 같다. 라이프지에서 나온 커다란 사진집을 단돈 오천원에 살 수 있었다. 같은 시리즈를 다른 헌책방에서 만원이상을 주고 구입했으니 거의 반값이다. 왠만한 단행본은 이천원 이하였다. 하지만 책의 보존상태가 별로 좋지 않고, 주인아저씨도 무척 무뚝뚝하다.(이게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...^^)

저렴한 가격과 가까운 거리 때문에 책을 찾을 때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었는데, 올 여름부터 문을 열지 않는다. 장사가 안되서 그러나 보다 했는데 바로 얼마전에 문을 닫은 이유를 알았다. 주인아저씨가 돌아 가셨단다. 지난번에 소개했던 그린북스 주인아저씨로부터 들었다.

왜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 먼저 사라지는 것일까? 차떼기니 빌라금고니 하는 자들은 매일 저녁 TV에 개기름이 흐르는 얼굴을 내밀며 세상을 조롱하는데 말이다.

다행스럽게도 예전에 찍어두었던 사진이 한장 남아있었다. 나는 이 헌책방의 주인아저씨가 어떤 인품을 가진 분이지는 잘 모르겠다. 하지만 그가 자신의 업을 통해 이 세상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. 그래서 그 아저씨와 그 서점을 기념하고 싶다. 그리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. 아무리 작은 의미에 지나지 않더라도 말이다.

아저씨. 이제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시길....
덤으로 준 고종석씨의 책은 지금도 잘 읽고 있어요.^^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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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르바 ::: 참, 가슴이 아프네요..그리고, 넘 아쉽네요.. 이 홈의 불청객, 아주 자주 들르는 불청객입니다.. 행복하세요~~~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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