카메라와 카메라를 비교한다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. 하지만 두 기종을 다 써본 입장에서 간단한 포스트를 남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. pen-EE3 와 로모 LC-A 중 어떤 것이 더 우월한가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. '아... 이런게 서로 다르구나...'라는 정도로 읽어줬으면 한다. 물론 나에게도 취향이 있고, 그 취향에 따르면 나는 pen-EE3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. 그렇다고 해서 lomo가 pen보다 나쁜 카메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. 나도 lomo를 좋아한다. 다만 pen이 더 좋을 뿐이다.

lomo의 첫느낌은 참 거시기하다. 그리고 거시기함은 두 번의 놀라움으로 이어진다. 첫 번째 놀라움은 "만듬새가 이렇게 허접할 수 있다니..."라는 실망감이고, 두 번째 놀라움은 "이게 어떻게 24만원이야~~~"라는 얼척없음이다. lomo는 가격에 거품이 많다. 새것이 24만원, 중고가 10만원 후반대... 납득하기 힘든 가격이다. 적개심까지 느끼게할 만한 가격이다. (로모그래피코리아는 망하고 러시아 본사는 중국계 기업에 인수될 찌어다! 아멘.)

그러나 첫 롤을 현상하게 되면 불쾌한 느낌은 다소 누그러지게 된다. 괜찮은 사진을 뽑아주는 것이다. 물론 괜찮은 사진이란 게 좋은 기계와 렌즈에서 나오는 품질 좋은 사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. 뭐랄까? 어눌한 렌즈가 일상의 노골적인 디테일을 걸러낸다고나 할까. 혹은,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아니라 무엇인가 살짝 덧씌운 느낌이라고나 할까. 누군가는 "렌즈에 빠다칠했냐?"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. 그럴 수도 있다. 그러나 나와 당신이 '빠다'를 좋아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.

lomo는 목측식 카메라다. 촛점을 수동으로 잡아야 한다. 약간의 거리감각만 있다면 무리없이 촛점 맞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. 그러나 셀프를 찍을 때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. 그렇다고 "엄마 나는 왜 팔이 짧아?"라고 묻지 말길 바란다. 불효다. 조리개를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. 반면 셔터가 닫히는 시간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약점이 될 수도 있다. 어두운 곳에서 셔터가 열리면 셔터가 언제 닫히게 될 지는 신과 로모의 설계자 밖에 알지 못한다. (어쩌면 그도 모를 수 있다.)때문에 나의 첫 롤에서는 유난히 셀프샷이 많았다.

"틱~......"
(렌즈를 살피며... )"어? 고장인가?"
"톡!" -.-;;;

어두운 곳에서 반셔터를 누르면 최첨단 뷰파인더에서 두 개의 붉은 빛이 빤짝인다. 다가올 미지의 셧터타임을 경고하는 불빛이다. 최근 지은 잘못 네댓개를 반성하다 보면 금방 지나는 시간이니 두려워할 필요없다. 다만 손을 떨지마시라. 흘들림 속에서 미적 쾌감을 얻는 것도 두 롤 이내에서나 가능하다. 그 이후엔 팔에 깁스를 하고 출사를 나가고 싶을 테다.

ps. 오늘은 여기까지... 졸리다. 로모사진을 올리려고 했으나 외장하드 연결하기가 귀찮다. 2편에서 올리기로 한다. 오늘은 우선 pen의 사진을 감상하시라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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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Favicon of http://ondol.org BlogIcon 도혀니다 2004.09.20 11:42

    pen 은 만듬새부터가 탄탄한게 믿음직 스럽죠..^^ 고장도 잘 안나구...

    로모가 10만원 정도만 해도 쓸만한 카메라일텐데..(AE 에 목측식카메라라는 특징으로,.)
    너무 비싸서리..-_-

    pen 이 가격대가 합리적이죠./

  2. slowhand 2004.09.20 14:44

    도혀니다/맞아요. 손에 쥐었을 때 느낌부터 다르죠. 뒷뚜껑을 열어보면 확실이 차이가 나죠. 30년 가까이된 카메라의 견고함이란...^^ 반면 로모는 1년만 지나도 나사풀린다고 매니큐어나 에나멜 바릅니다. -.-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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